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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아직 겨울? 이제 봄?

 

01. 아직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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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이 되었지만 봄은 올 생각이 없나보다.
심지어 입춘에도 눈은 펑펑내렸고 꽃피는 삼월이란 말이 무색하게 눈꽃만이 하염없이 날리고 있다니.
지난해 어딜가도 프로즌 주인공 엘사에 빙의되어 Let it go를 부르는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심상치 않더라니.
결국 꽁꽁얼어버린 뉴욕. 겨울왕국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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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토리에서 보면 겨울을 멈추게 했던건 사랑! 그 흔하디 흔한 사랑이 ~ 아닌… True Love!!
진정한 사랑의 눈물 한방울이 꽁꽁언 세상을 녹이고 봄을 불러왔었지.
하도 눈이 오고 겨울이 길어지니 나도 생각을 좀 해봤다. 그러곤 언제나처럼 아이들에게 내 생각을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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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아, 뉴욕에 참사랑이 필요해”
“진정한 사랑이 뉴욕의 눈을 그치게 해줄꺼야!”
“진짜 사랑한다는게 뭘까? 트루러브????”
최대한 초롱초롱하게 바라보며 아이들의 답을 기다렸으나,

아들:
엄마가 프로즌을 너무 많이 봤어요.
픽션을 진짜로 믿으면 안되지요.
(그러곤 아주 전문적 말투로 올해 봄이 늦게오는 절기상 이유를 당연하다는 듯 아주 빠른 영어로 설명한다.ㅠㅠ)

딸:
오빠! 엄마는 츠루러브 이야기가 하구싶은거잖아.
(그러고 위로한다며 하는 소리가 ㅠㅠ)
엄마 프로즌 한번 더 보구싶어서 그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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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말 잃은 나는 조용히 노랠 불렀다.

세상 모두 사랑없어 냉랭함을 아느냐, 곳곳마다 사랑없어 탄식소리 뿐일세
악을 선케 만들고 모든 소망 이루는, 사랑얻기 위하며 저들 오래 참았네
사랑없는 까닭에 사랑없는 까닭에, 사랑얻기 위하며 저들 오래 참았네

사랑없는 까닭에 사랑없는 까닭에
사랑없는 까닭에 사랑없는 까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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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을 흥얼거리며 밥도 하고 빨래 정리 설겆이도 하고 했더니
“Let it go ~~ Let it go ~~” 하던 애들이
“사랑없는 까닭에~~ 사랑없는 까닭에~~” 흥얼흥얼거리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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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이제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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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펑펑오고 딱 이틀이 지나자 갑자기 기온이 슝 올라가더니… 파란하늘이 나타났다!
날씨가 널을 뛰는구나 에헤라디야!! 얼마만에 보는 푸르른 하늘이던가!

한 삼일 하늘 사진을 찍었다.
거의 매일 허옇기만하던 하늘에 파아란색을 풀어놓으니 눈을 뗄수가 없더라.
진한 파랑, 연한 파랑, 푸른 파랑 모두다 신나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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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내리쬐고 눈은 녹이서 거리는 물바다.
빛과 물이 만나서 반짝반짝 사방이 눈부신 날.
봄이 온건가?
급작스런 변화에도 아주 유연한 여기사람들은 당장 반팔을 꺼내입고 거리로 나왔다.
엊그제 눈이 밀가루처럼 쏟아졌고 내일 다시 눈보라로 눈도 못뜨고 걷게 될지 모르지만

오늘만큼은 봄이다.
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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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아직 겨울? 이제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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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모를 날씨다.
다시 눈이 올듯말듯한 하얀빛으로 돌변한 하루하루가 바람을 동반하고 삼월의 중반을 장악했다.
더이상 숨을 곳 없는 봄이 온건가 싶어 내심 당황스러웠는데
시간을 며칠 줄테니 봄맞이 준비 좀 잘 ~ 해보라고 움추러든 나에게 시간을 준 것 같은 느낌.

사실 하늘이 눈부시게 파랗던 지난주 그 날.
거리 유리창에 비친 내모습이 넘 맘에 안들어서
땀범벅이 되더라도 목도리를 둘둘말고 모자 푹 눌러쓰고 집으로 달려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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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그 어느 계절보다 준비가 필요하다.
찬란한 빛 가운데 드러나는 나를 감당할 준비가.

봄은 내가 좋아 보여야 즐겁게 맞이할 수 있는 계절 같다.
난 아직 봄을 맞이할 그 어떤 준비도 되어있지 않아서,
그래서 춘삼월에 이 추위가 왠말이냐며 고개를 절레절레 하면서도 고마웠다 시간을 줘서.
조금이라도 맘을 일으키고 몸을 가볍게하고 얼굴엔 웃음을 되찾아 … 봄맞이 하러 나가야지.

올 봄은 너어무 좋았다고 기억할수 있게 그렇게.

 

 

 매일 걷는 길

image나는 이 길을 매일 걸어간다. 아이들을 픽업하러 가는 길이다.
오늘의 길 상태는 눈 온 뒤 매우 미끄러운 상황.
조심조심 하며 다른 날보다 신경쓰며 걷고 있다.
아… 앞에 가던 할머니가 기우뚱 넘어질뻔 하신다.
아까부터 한 쪽 손에 든 봉투가 무거워 보여 아슬아슬 했는데 서둘러 길을 건너시더니 미끌.
뒤따르고 있는 나도 순간 긴장하게 된다.

image다행히도 균형을 잡고 다시 씩씩하게 걸어 나가신다.
그 용감한 걸음걸이에 내 걸음도 덩달아 힘이 난다.
매일 이 길을 걸으며 참 다양한 사람들 뒤어서 조용히 걸어보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이젠 집을 나서면서 약간 기대하게 되는거다.
오늘은 어떤 이와 같은 길을 걸어보게 될지.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단어 중 ‘동로자’란 말이 있다 한다.
동로자…. 같은 길을 걷는 사람.
이 말이 참 좋다.
내가 너를 잘 모르고 너도 나를 모르지만 묵묵히 같은 길을 걷는 사람들.
같은 길을 걷다가 눈이라도 마주치면 웃어줄 수 있는 사람들.

어떤 길이든 걷기 힘들 때가 있다.
그 때 앞에 애쓰며 걷는 누군가가 보인다.
무거운 짐을 양 손 가득 들고 낑낑거리며 가는 이.
말 안듣는 아이를 달래고 어르며 힘겹게 가는 이.
무슨 일인지 엉엉 울며 겨우 발걸음을 옮기는 이도 보인다.
다들 힘들고 어렵지만 그래도 걸어간다.

image오늘 내 앞에서 같은 길을 걸어준 할머니 덕에 내 걸음이 조금 더 단단해진거 같다.
갑자기 내린 눈에 미끄러워 당황했던 길 위에서
오늘의 동로자님 힘차게 걷는 법을 보여주시네.

*

걷는 사람에게 절망은 없다. 그가 정말 걷는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과 말싸움을 벌이지 않고, 자신의 불운을 한탄하지 않고,
자신의 세속적 가치를 올리기 위해 뒤돌아서지 않고 계속해서 걷는다면.
– 자크 레다 –

뉴욕에서 친구가